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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오키나와, 블루존인가 '비만' 마을인가

by 토라노코 2024. 4. 6.

1. 시작하며

오키나와는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미 주간지 TIME은 2004년에 오키나와의 건강장수를 특집으로 다루며 오키나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워야 한다고 보도했다.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백미와 비계 섭취량을 줄이는 대신 많이 먹지 않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는 1995년 패전 50주년을 맞아 ‘세계장수지역선언’을 채택했다. 장수 비결로 따뜻한 기후, 전통적인 식생활, 전통문화 등을 들었다. 특히 공생을 의미하는 ‘유이마루’(ユイマール)와 만나면 친구라는 의미의 ‘이챠리바쵸이데’(イチャリバチョーデー)라는 사투리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길고, 100세 이상 노인(centenarian)이 많은 오키나와가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2. 오키나와 블루존

세계적인 장수마을을 의미하는 블루존(blue zones). 오키나와는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inia), 코스타리카 니코야(Nicoya), 그리스 이카리아(Ikaria), 캘리포니아 로마 린다(Loma Linda)와 함께 세계 5대 장수마을로 꼽혔다(Dan Buettner).

 

 

오키나와가 장수마을이 된 것은 온난한 기후, 식생활, 생활습관에 기인한다. 특히 식생활은 다양한 야채와 돼지고기, 생선 등 풍부한 식재료를 활용한 전통적인 요리가 이어지고 있다. 오키나와는 암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다. 특히 위암 환자가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키나와에서 장수마을으로 유명한 지역은 북부 오기미손(大宜味村). 인구 3,500명의 작은 시골마을에 90세 이상 노인이 80명이나 된다. 이들은 밭일에서부터 특산물인 파초 실짜기까지 항상 일을 하며, 운동과 자원봉사로 쉬지 않고 움직이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활은 쌀이 주식이며, 다른 지역에 비해 생선과 해초, 두부,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적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고 있다. 특히 식염 섭취량은 1일 1g 이하로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 습관이 고혈압이나 뇌졸중, 위암 등을 줄였다고 할 수 있다.

 

3. 무너지는 신화: 장수마을에서 ‘비만’ 마을로

 

1) 추락하는 평균수명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장수마을이라는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0년 광역지역별 평균수명에 따르면,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수명은 80.7세로 전국(47개 광역지역) 43위, 여성은 87.9세로 전국 16위였다. 일본 평균은 남성이 81.5세, 여성은 87.6세이다.

 

 

평균수명의 추이를 보면, 남성은 1985년과 1990년까지 1위였지만 이후 순위가 하락하기 시작해 1995년에 4위, 2005년에 25위, 2010년에는 30위로 하락하더니 2020년에는 43위까지 추락했다. 여성은 2000년까지 전국 1위였지만, 2010년에 3위, 2020년에는 16위로 떨어졌다.

 

오키나와 평균수명 전국 순위 추이(출처: 琉球朝日放送 2023年2月8日)
  1980년 1990년 2000년 2010년 2020년
남성 1위 5위 26위 30위 43위
여성 1위 1위 1위 3위 16위

 

한편 특정 나이의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를 나타내는 ‘평균여명’은 75세의 경우, 남성이 12.9년으로 전국 2위, 여성은 1위로 전국에서 가장 길었다. 반면 20세나 40세 남성의 평균여명은 남성이 43위, 여성이 15위였다. 오키나와에서 평균수명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20세부터 64세까지 현역세대의 사망률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성인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 높은 생산연령층 사망률

2013년에 사망자 가운데 65세 미만 사망률이 19.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오키나와는 비만율이 높다. 2011년 조사에서는 성인남성은 절반이, 여성여성은 4분의 1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는 내장 비만형이 증가했다. 장수마을이었던 오키나와는 ‘비만’ 마을로 전락했다.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수는 오키나와가 2009년까지 전국 1위였다. 2023년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오키나와는 2010년에 2위로 떨어지더니 2015년에는 15위, 2020년에는 19위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84.74명으로 전국에서 28번째였다. 1위는 155.17명인 시마네현이었으며, 가장 적은 곳은 사이타마현으로 44.79명이었다.

 

또한 연령대별 건강의 정도도 편차가 심하다. 어린이는 일본에서 가장 건강하지 않은 반면, 85세 이상 초고령자는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다. 오키나와는 수명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장수하는 연령층과 단명하는 젊은층이 공존하고 있다.

 

4. 미군 점령기에 식습관 서구화

패전 이후 미군 점령하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식문화가 보급되면서 식습관이 서구화된 것이 원인이다. 미군 주둔지역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식생활을 버리고 미국의 정크푸드(junk food)가 보급되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햄버거와 스테이크, 햄, 소시지, 튀김요리 등의 소비가 늘어났다.

 

 

1963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패스트푸드 A&W가 개업했다. 맥도날드는 도쿄 긴자에서 일본 1회점이 오픈했으며, 프랜차이즈 1호점은 1976년에 오키나와 우라소에에서 개업했다. 오키나와에는 인구 10만 명당 맥도널드 점포가 3개 정도로 전국 2위이다. 현재도 햄버거 소비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게다가 흡연율도 높고 알코올 섭취량도 많은 지역이다.

 

5. 나오며

블루존, 장수마을 오키나와는 신화일까? 오키나와현은 2040년까지 평균수명을 남녀 모두 전국 1위로 끌어올리겠다며 ‘21세기 비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건강한 오키나와, 장수마을 오키나와를 되돌리겠다며 ‘건강 오키나와21’을 추진하고 있다. 오키나와가 건강하고 장수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